낙서장

우리집 불량소녀...

무흔세상 2009. 12. 23. 09:09

 

 

 

사람은 살면서 서로 자극을 주면서 살아갑니다.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자극이 될 수도 있고

그러나 좋은 자극을 서로 주고 받아야 긍정적인 쪽으로 상승 작용을 하겠지요.

특히 부부사이 그리고 가족간에는 서로 좋은 자극만을 주고 받으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치만 사는 것이 꼭 그렇치는 못하지요.


우리집 불량소녀는 오랫동안 살면서 보니 눈에 띄게 잘 하는건 빨래 하나 입니다.

오죽하면 누가 "빨래의 은사"를 타고 낳나 보다고 할 정도이니,

지금 시대이니 망정이지 옛날 같았으면 빨래하다가 인생을 보낼 여인이지요.


그래서 우린 여행이라도 떠날라 치면 이사가는 집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녀 아니 여인네가 온통 빨래감을 들고 가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두세번 갈아입을 옷을 몽땅 식구별로 들고 가니

그걸로 트렁크는 꽉 차고, 여행지에선 그거 간수하고 시간나면 빠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집에선 무슨 이불 빨래도 그리 자주 하는지...


근데 정작 문제는 뭐냐?

집안이 무슨 세탁소도 아니고, 너는 장소가 문제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 불량소녀는(여기서부터 불량이 어울립니다)

아무데나 꼭지만 달린데가 있으면, 다 빨래걸입니다.

온통 문고리는 물론이고, 삼단 사단 장농고리도 다 빨래걸이고

책상도 걸 수만 있으면 무조건 걸어놓고, 장농엔 다시 문을 열어놓고 걸고

어떤때 보면 온 집안이 빨래가 주렁주렁입니다.

그냥 걸 수 있는 속옷, 가리개 이런건 여기저기 주렁주렁 걸려있고

아이들이 여기저기 벗어놓은 빨래감 까지 합세하면 집안 풍경이 가관입니다.


지적하고 즉각 시정 조치시키고, 소리 지르고, 그러나, but, aber, 시까시,

이거 안 고쳐딥디다.

작은것에 목숨건다고 맨날 소리 지르고, 신경쓰다 보니 뭐 머리까지는

안 벗겨졌지만...


그래서 빨래를 내가 널자!!!

이런 기특한^^ 행동을 하게 되더란 말입니다.

이 여인 빨래를 하면 내가 널어놓고 나갑니다.


지금은 괜찮치만 전에 단독주택에 살 땐

뻑하면 옆집 여인에게 들키지, 쪽팔리는 세월이었지요.


사실은 오늘 들은 강연의 강사가 저와 거의 같은 불량소녀를 와이프로

두고 계셨더라고요.

온통 아무데나 걸어놓는 빨래, 그리고 널부러진 빨래감...

더구나 완벽주의자인 이 강사는, 이걸 정말 참을 수가 없어

온통 화를 내며 집안을 정리하는 것이 퇴근후의 일과가 되어버렸는데...

어느날 퇴근하는데 들려오던 삼모자의 즐거운 대화소리가

본인이 들어가면 끊어지고, 자기만 황량하게 남았을때 깨달음

아주 기특한 깨달음이 생겼더란 것입니다.

바로 내가 맞춰주자는 아주 기특방통한 생각이 나더란 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정말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만 하면 될 것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언제나 옳고 상대방은 언제나 변화의 대상일까?

참 그런것들을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15년을 나와 살아온 우리집 여인, 맨날 쓸데없는 아집만 부리는 이 작자하고

행복했을까요?

며칠 이 여인의 요청(?)을 따라 같이 다니니 행복해 하는 것이 보여서....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고, 힘들게 생활 하시는데 내가 맞추어 살자,

뭐 이런 하해와 같은 맘을 품어 볼까?

참, 이 나이 먹어 큰 깨달음이지요? 잘 났지요?


우리집 세탁기는 지금 시간도 우렁차게 돌아갑니다.

너무 늦게는 옆집에 방해되니 삼가자, 뭐 고런 얘기는 해도 되겠지요?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형 수술을 하라는데...   (0) 2009.12.23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0) 2009.12.23
러브호텔견학...   (0) 2009.12.23
세상을 다가져라!...   (0) 2009.12.23
고구마를 먹고나니...   (0) 200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