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IQ 98짜리의 하소연...

무흔세상 2010. 2. 11. 16:51

 

제 머리 나쁜 것을 나이 탓으로 돌리려니 영 찝찝합니다.

어찌나 머리가 나쁜지 내가 노는 카페에 들어와 글을 읽다가, 이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몰라 번번히 공지란에 들어가 확인을 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또 저 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를 분간 못해 또 매번 공지란을 들락거립니다.

아마 공지란에 족보책이 없었더라면 잘못 단 꽁지글로 여러번 낭패를 봤을 겁니다.


또 어찌나 숫자 감각이 둔한지 저 보다 위나 아래도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고 나서야 몇 살 터울인지를 간신히 이해 합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IQ검사와 적성검사를 받았습니다.

한반에 70여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IQ검사 결과 제가 66번째로 낮게 나왔더군요.

다른 애들은 전부 115, 120, 130 인데 이상하게도 제 IQ는 98이였습니다.

그런데 더욱 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IQ검사와 병행해서 실시한 적성검사 결과였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제게 선생. 연구원. 소설가가 적성에 맞는 다고 하시더군요.

아니, IQ 98 짜리가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선생이며 연구원이며 소설가가 될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선생이며 연구원이며 소설가는 다른 직업에 비해 머리가 좋아야 하는 직업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간혹은 그 검사결과가 잘못된 것 아닌가 부정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 특히 우리 불량소녀(이하 그녀)는, 그 검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하나도 틀린 것 없는 너무나 정확한 검사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녀의 그런 주장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면 거의 100% 탄로가 나기 때문입니다.

저번에도 용돈이 궁해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부조금 하게 돈 좀 줘 봐."

"얼마나?"

"5만원."

"누군데?"

"박부장 부친상이여."

"그 친구 부친은 작년 봄에 돌아가셨잖여."

"뭔 소리여?"

"뭔 소리는. 작년 4월 중순 경에 돌아가셔서 같이 밤을 새우고 왔잖여.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잖아" 그녀의 기막힌 기억력에 할말을 잃고 맙니다.


이런 일도 흔합니다.

현관문을 두두리기에 문을 엽니다.

낮선 사내가 얼굴을 디밀며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신문 하나 보시라구 왔습니다."

저는 안색을 바꾸며 말합니다.

"우리 신문 봐요."

"무슨 신문 보시는데요?"

"XX일보요"

"아이~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제가 XX일보에서 나왔는데요. 신문 안보시면 하나 넣을께요."


그녀가 이럽니다.

"이! 양반아. 그럴때는 어느 신문이냐구 먼저 물어보면 되잖여. 그렇게 안 돌아가?"

그녀는 한동안 전화통과 씨름 끝에 결국 신문구독을 취소 시킴니다.


비단 신문만이 아닙니다.

우유판매원에게도, 교회 전도하는 분들에게도 매번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이 나 쩔쩔매고 무안해 합니다.



그녀가 노상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제발 머리 나쁜 것은 유전이 안 돼야 할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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