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바쁜 주말...
[아침]
우유 반 컵이 얼굴로 흘러내리는 바람에
얼결에 단잠에서 깨어난다.
서리태 콩으로 만든 청국장 환이
조그마한 천정구멍을 통해 흘러들어온다.
서서히 반죽하기에는 적당한 양이다.
이 친구 요즈음 장이 안좋은지
아침마다 매일같이 서리태 콩을 밀어 넣는지가 석달째다.
이윽고 고구마가 반죽된 상태로 얼굴을 내밀며 내려온다.
적당한 크기로 한 개, 껍질 째 들어오는 고구마.
이 정도면 아침 워밍업하기에 딱 좋다.
손목운동 잘 한 셈이다.
[점심]
이제 점심운동시간이 되어 가벼운 스트레칭하며 기디라고 있는데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갈비탕, 떡, 부치개, 불고기, 홍어무침, 김치...
양도 꾸역 꾸역 엄청 들어온다.
이건 이집 안주인 솜씨가 아닌데, 아마도 결혼식 피로연??
갈비탕에는 대추도 있고, 잣도 보이고, 버섯도 있네..
아마 등급이 '특'인 갈비탕인 모양이다.
홍어무침은 쉬지도 않고 이어진다.
오메, 양이 너무 많다~!
이 친구 내 성능이 예전만 못하다는걸 알고 있을텐데..
젊었을 땐 나도 신명나게 일했는데, 이제는.. 힘에 부친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조금은 쉬고 싶다.
잠시 뒤에 설탕 듬뿍 탄 다방커피?까지 명함을 내민다.
아이쿠, 내 얼굴이 갑자기 이그러진다.
이즈음 결혼식이 자주 있어 내가 너무 혹사당하는 기분이다.
[저녁]
하루중 저녁때 나는 운동량이 제일 많다.
아마도 오늘은 힘든 근육운동 좀 해야겠지?
잔뜩 긴장되니 몸이 뻣뻣해져 옴을 느낀다.
생선회가 들어온다.
광어회다.
회는 참으로 오랫만이다.
상추하고 쪽마늘, 막된장과 범벅이 되어
주먹만한 다발이 되어 밀려온다.
두 주먹, 세 주먹...끝도 없이 밀려온다.
이 친구 간만에 회를 보더니 환장했나보다~~
어쮸~! 이젠 농어회까지 들어오네~!
종류가 두 종류면 나의 운동량은 두 배를 훨씬 넘긴다.
종류가 달라지면, 부속도 갈아 끼워야하고 고난도의 패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몸은 예전 몸이 아닌데, 할 일은 많고 한숨부터 나온다.
음~ 어느 횟집인가 보군~!
미나리, 콩나물, 고춧가루, 파가 듬뿍 버무려진 얼큰한 매운탕도 등장한다.
쌉싸르한 소주도 엉덩이 팔랑대며 동행한다.
뜨거운 국물을 옆에 거느리고 공기밥이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온다.
숟갈로 연신 퍼나른다.
보아하니, 토요일 저녁이므로 외부모임은 아닌 것 같고
가족들을 데리고 간만에 외식하는 모양이다.
이럴 때 난 더 바쁘고 힘이 딸려옴을 느낀다.
낡아빠진 부속이 끄르렁 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으메, 소화제좀 같이 넣어주시지...
밤 10시 넘어.....
하루 종일 시달려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대충 마무리가 되었나 싶다.
하여 이제는 좀 쉬나보다 했는데,
갑자기 차디찬 얼음알갱이가 뭉치지어 내려온다.
아이스크림이다~!
지난번엔 작은 스푼을 사용했는지 양이 적더니만
오늘은 뭉치가 큰 걸 보니, 큼지막한 스푼을 쓰나보다..
에잇~취!!! 졸지에 찬 것이 몰려오니 감기들기에 딱이다.
가만 귀기울여 보니...
아들래미와 장기를 두는구나.
한 수 물려 달라고 사정하는 주인장 목소리가 측은하기만 하다.
에고, 오늘도 장기지고선 애꿎은 아이스크림만 퍼넣는군...
오늘은 너무 힘들다.
며칠 지속되면 한 사흘 결근하며 사보타쥬라도 해야지.
아이고, 팔 다리 머리 허리 고개 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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