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부모의 가슴을 파고드는 잔물결...

무흔세상 2016. 2. 3. 21:18

퇴근후 집에 도착하니 웬 소포가 하나 도착해 있는데

소포라는 놈하고는 평상시 인연이 별로 없어 익숙하지 않았으나

짚이는 데가 있어 발신주소를 확인해 보니 아니다 다를까

열흘전쯤 군에 입대한 아들넘 한테서 온 장정소포..!!!

 

옷보따리다.

군 입대시 입고간 잠바며 면바지며 속옷등이

소포상자를 열어보니 퀴퀴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신발에다 양말까지

그리고...

애비 품에 안기는 훈련병의 편지!!!

여전히 삐딱한 글씨체에 파르르 종이가 흔들린다.

 

첫 편지는 부모의 가슴을 파고드는 잔물결이련가?!!!

눈 녹은 개울가, 시린 물소리, 햇살을 기다리는 흙처럼...

듣자하니 남들은 군에간 애한테서 옷소포가 도착하면

하염없이 눈물부터 난다너니만

어찌된 판인지 눈물은 하나도 나지 않고 쓴웃슴만 나온다.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애한테 미안하기도 하지만

안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흘릴 수도 없고...

 

요새 딸없이 아들만 둔 놈이 제일로 불쌍타 하던데

키울때 재미 하나 없고, 커서도 지 고집대로만 하고(제어가 마음대로 잘 안됩니당~)

기껏 키워노면 장가들어 지 색시하고 처가집만 챙기고...

나아준 부모는 안중에도 없고

색시들 기가 세서 그런건지, 부랄갖고 있는 놈이 지지리 몬나서 그런건지...

하여간에 아들만 둔 사람들은 영 기를 필수 있는 세상이 못된다고 한다.

딸 자식 둔 부모가 미국여행도 댕기며 비행기도 타고 그러지

아들넘은 통 영양가가 없다.

 

그래도 고놈이 지 새끼인지라

어떠케 잘 꼬셔서(?) 상냥하고 싹싹한 며느리라도 하나 물고 들어오면

좀 그래도 심피려나 하고, 가능하지도 않은 먼 희망(?)하나 안고

현재의 고난을 걍~ 견디고 있는데...

 

현재의 고난이란 무언고 하면...

딸내미가 있기는 하나 우리 집이 본래부터 영 재미가 없는 집이라

집안분위가가 좀 화사하니 야기꽃들이 피어야

지애비가 스트레스도 풀고 하겠는데, 딸내미도 지 에미 닮아 영 젬뱅인지라

지애비의 일방적인 대쉬에도 영 굼뜨고 퉁명스럽게 대꾸하니

이제는 지쳐서 포기상태가 된지가 영 오래됏지라...

각시도 포기, 새끼까지 포기... 지 애비 영~ 사는 재미 하나 없지...

키울 때 재미 하나 없고, 키워도 별 희망이 없고

아들넘이 백수가 되면 조금은 사근사근해 질라나?

그렇다고 백수 되기를 기도할 수는 절대로 없는 일이고

 

이러허니...

군대간 아들넘 한테서 옷보따리를 받고도, 눈믈이 날 수가 없겠다 싶다.

그래도 고놈이 내 새끼인지라 고슴도치 마냥 이뻐하지는 못해도

군에서 훈련잘 받고 몸성히는 다녀와야 하지는 안겠는가?

 

이놈아!

이왕 군에 간거 밥 잘 묵고

힘들어도 남자니께 이겨내고

자대배치후 군생활 별일 없이 몸성히만 있다가 오니라

내가 무얼 더 바라겠냐?

상냥하지 못해도 조코

공부안하고 맨날 쏘다니고 니멋대로 한 것 다 용서하마

그냥 몸성히 제대 날 까정 아무 탈 없이

정부미 공짜로 잘 묵고 오니라~

다른건 바라지도 안는다.

담배는 제발 배우지 말고

알겠징?

 

이제 겨우 아들넘이 군에 간지 10일 되었네요

내일이 입춘인데, 왜 이다지도 따스한 봄날은 늦게만 오고

날은 쌀쌀하기만 한지?

그래도 군에 갔다오면 철들고 사람되겠지 하는

기대하나 붙들고 지내렵니다.

(딸들은 군에 안가도 다 철 잘들고 잘 하더만... 이런~ 제길헐...)

그래, 이왕지사 군에 가버린 놈은 사람되겠지하는

기대심리로 보상받는다 쳐야지요... ~~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도 감기가 오래 가는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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