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기분 나쁘지 않고, 알아 들을 수 있도록...!!

무흔세상 2012. 2. 22. 17:48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들놈의 학원에 도착한 지금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고 나의 심신을 괴롭히는 화두입니다.


      아무리 우리 고운님도 그렇지?

      나처럼 단순 무식한 넘에게

      이렇게 어려운「임무」를 부여하다니...?


      처음엔 아들놈이 원망스럽더니

      차안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서서히 그녀가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같이 살고도

      아직도 나를 제대로 파악 못 했단 말인가???”


      그녀로 부터 일방적으로

      아들을 충고 하라는 강제 사역을 할당을 받은 배경은

      이러합니다.

       

      =============================================

       

      어제도 변함없이

      밤 9시에 아들을 때우고

      집에 도착하여 현관문을 여니

      집안에 찬 바람이 쌩, 쌩~ 불더라구요


      평소 같으면 그녀가

      그 뾰족한 입술을 앞 세우고

      현관까지 단숨에 쪼로로 달려 나와

      “자~기... 왔어???” 를 연발하며서

      막도장이라도 찍을 텐데...


      어제는 쇼파에 앉아 TV 를 보다 말고

      가재미 눈을 뜨며 싸~악? 째려보는데...

      “아이고, 이거 뭐가 잘못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가슴에 팍, 팍 꽂히며

      순간적으로 집안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관물정돈이 확실하게 되어 있어야 할 집안이

      엉망 입니다.


      그녀...

      아무말 없이 TV를 끄고

      조용히 아들방으로 따라 들어가더니

      방문을 짤칵하고 닫는 소리가

      “오늘, 울 아들내미 죽었습니다.???”


      저는 모른 척하고

      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 갔지요

      밖이 조용하기에, 얼른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가 불을 켰는데...


      아~ 니...!!!

      천하에 울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자세로

      (즉,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두 다리를 가슴에 대고

      양 손으로는 발목을 감 싸고, 머리를 무릎에 파 묻고...)

      침대 옆에 기대어 있는 겁니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다가 갔더니

      그녀의 두눈에 눈물 방울이 댕글, 댕글~ 입니다.


      흐느끼며 그녀가 사연을 늘어 놓는데...


      학원에 가는 아들을 위하여

      고기 한 접시, 딸기 한 뭉큼에

      반찬들을 먹기좋게 접시에 담아

      바리바리 차려놓고

      어서나와 맛있게 먹기만을 기다리는데...


      울 아들...

      식탁을 한번 휑하고 보더니

      그런 것에는 손도 하나 대지 않고

      껑충하니 큰 키에 옷을 대충 결쳐 입고서...

      신발을 직직 끌고는...

      현관문을 쾅~! 하고 닫고 나가더랍니다.

      등치나 작아야 한 대 쥐어박으며

      겁이라도 주어서 강제로 먹일텐데

      무엇보다도 그녀를 열 받게 만든 건

      아이의 책상 위에 소복히 쌓인 과자봉투 였답니다.


      안 봐도 눈에 선 합니다.

      요즘 또~ 방학이라

      컴퓨터 게임이 중독이다 싶을 정도로 열중이고 보니...

      아침에 눈을 뜨면 만사 제쳐두고 컴퓨터랑 놀다가

      학원 시간에 쫒겨 집을 나선 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처음에는 아들에게 좋은 소리로 좀 타일렀는데

      하도, 아이의 태도가 불량하길래

      강펀치를 날렸다는 겁니다.

       

      “너! 자꾸 엄마 말 안들으면, 인터넷 아주 끊어 버린다!!!”

       

      그렇게 협박하면 아이가

      “엄마, 잘못 했어요?” 라고 울줄 알았는데

      요즘 반항심이 극에 달한 울 아들...

      태권도로 다져진 몸매를 곶곶하게 세우고

      턱은 위로 지켜 세우면서, 눈을 아래로 내려 깔고

      벌레먹은 표정으로 듣더니, 마지 못해 “알았어...???”

      이랬다지 뭡니까?? 글쎄...


      제가 들어도 어이가 없었지만...

      황소만한 녀석에게 매를 들 수도 없고 우짜게습니까?

      우선은 그녀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 일이 급선무 길래

      “자식들 다 필요 없다.” 라고 외치며

      그녀의 말에 장단을 맞추어 주었더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종국에 가서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이 모든 아들놈의 잘못이... 다~ 아~ 아~~

      제 탓 이란 겁니다.


      “아빠란 사람이 맨날 물러 터져서

      아들애가 저렇게 반항을 한데나? 뭐래나?” 하면서

      임무를 부여해 주는데...


      내일 집에 오는 길, 차안에서 단 둘이 있을 때

      “아이 기분 나쁘지 않고,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충고를 하라고 합니다.

       

      =============================================

       

      옛말에 고기도 먹어 본 넘 이 낫다고

      지난 18년간 아들에게 

      단 한번 이라도 싫은소리(???) 를 해 봤어야지...

      좋지도 않는 잔머리, 아무리 굴려 봐도 해답은 뻔하고

      이거 완전히 죽을 맛 입니다.


      10여분을 기다리니 아들이 학원을 나와

      차문을 열길래, 평소보다 좀 오버해서 외쳤습니다.

      “어~서... 옵!!???”

      ‘쇼’자란 말이 체 튀어 나오기도 전에

      울 아들 왈 “아빠, 음료수 사게 돈좀???” 이란 말에

      순식간에 멕이 탁 풀리면서

      김새는 소리가 뻐~꾹, 뻐~~꾹 입니다.


      별수 있습니까?

      지갑에서 이천원을 꺼내 줬습니다.


      본인도 요즘 반항하는 자기 자신에게

      부족한 무엇인가? 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지

      2%를 사 가지고 왔데요


      우선 시동을 걸고 차를 U턴 시켜

      대로변 사거리에 다 달을 때 까지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습니다.


      괜히 어설프게 말을 붙였다간...

      한참 예민한 아이가 성질을 낼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숨만 푹~ 푹 내쉬며

      운전만 했습니다.


      그래도 그녀헌테 부여 받은 임무는 완수를 해야겠길래

      차가 교차로 신호에 대기하는 동안...

      “오늘 보니까? 울 아들 너무나 멋지네?” 라며

      스킨쉽이나 할려고

      오른손을 들어 손등을 아들놈의 볼에 가져다 대었더니

      “아빠는???” 이라며,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질급을 하며

      얼굴을 획~~ 옆으로 돌리는데...

      아 ~~니... 아무리 순간적으로 삐리~리가 통해(?)

      정전기가 좀 일어 났기로 서니...

      부자간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정말!!!


      금방 태권도를 마쳐 땀으로 끈적 끈적한 얼굴을

      누구는 좋아서 만지는 줄 아나?

      나 참, 더러버서???...


      월메나! 사람이 멀쓱해 지던지...

      속에서 주둥이가 막 튀어 나왔습니다.

      ‘이놈의 자식, 다시는 말 붙이나 봐라???’


      나도 승질이 나서, 운전만~~~

      평소에는 막히던 길인데, 어느덧 분수대 사거리를 지나고...

      집이 가까워 지자, 초조한 마음은 더 커져만 가고

      힐~ 끗 쳐다 보니...

      옆 좌석에 앉은 아이는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얼굴은 정면을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는데...

      기회 포착을 위해 아이의 눈치만 살피다가

      그냥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차가 아파트 단지에 접어들며 바라다 본 옆자리엔

      차를 타면 쫑~ 알 되며 아빠를 즐겁게 해 주던

      옛날의 울 아들은 없고...

      이유 없는 반항에???...(지가 무슨 '제임스 딘'이라고...)

      몸과 마음이 지쳐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작은 악동’만~~~


      져!!... 독불장군~! 청개구리 같은 놈~~!!!

      “그래, 아빠가 다 받아 줄게... 힘들지만, 조금만 참아라!!!

      응, 우리 착한 아들아!...”


      난, 마음속으로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인 우리 불효소년 녀석은

      곧 고등학교 2학년이 됩니다.                            

       

                                                                         - 남한강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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