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수 산 산 행 기
- 고 신정우 대형의 49제를 추모하며... -
□ 산 행 개 요
○ 산행일자 : 2008. 12. 06.(토)
○ 소 재 지 : 금수산(충북 단양, 제천 1,016M)
○ 산행코스 : 상천리-정낭골-금수산-망덕봉갈림길-용담폭포-상천리
○ 산행시간 : 09시 50분 ~ 15시 50분(6시간)
○ 동 행 : 8명(윤영수, 김기정, 이원재, 이국헌, 정구준, 어성건,
장한응, 양봉규)
청풍호반 비단물결을 이룬 금수산(錦繡山)은 월악산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하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맑고 깨끗한 계곡등 경관이 뛰어나, 산림청 지정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한다.
산세가 수려하고, 골이 깊고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뤄 사철 등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으로, 비단폭을 깔아놓은 듯한 녹음속에 계곡의 맑은 물소리, 물확에 떨어지는 폭포소리, 꽃, 녹음, 단풍, 설경등 어느 한계절도 빼놓지 않고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금수산은 본디 백운산(白雲山)이었으나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선생이 단풍이든 이 산의 모습을 보고 '비단에 수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며 감탄하여 금수산이라고 했다고 한다. (출처 : 산림청 숲에 on)
∇ 12월 6일 토요일... 아침 7시 30분
보건소 주차장을 출발하여 여주해장국집에서 선지해장국 등으로 아침식사를 든
든히 마친 일행들은, 단양팔경과 함께 어우러진 충주호의 비경이 굽이치는 산길
을 돌아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상천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 9시 50분
가볍게 몸을 뿐 일행들이 '상천산수유마을'에서 사진촬영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
한다.
일기예보에 오늘이 올들어 가장 춥다고 하여서 그런지 등산객이 우리 말고는 다
른 한팀만 보인다.
그러나 별로 바람도 불지 않고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청명하다.
집을 나서기 전엔 걱정이 많았으나 막상 이렇게 산을 접하니 자연이 주는 상쾌함
으로 더 없이 좋기만 하다.
∇ 주차장 휴게소의 다리를 건너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잎새를 다 날려 보낸 앙상
나무 가지에 붉은 산수유의 탐스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산수유 마을이라는 말을 증명하는 듯한 광경이다.
∇ 마을길로 접어 들어 10여분을 걸으면 금수산을 배경으로 아담하게 자리잡은 보
문정사를 지나고, 보문정사 뒤로 난 밭두렁을 걷다 보면 용담폭포 안내석에 당도
하게 된다.
등산로는 이곳에서 두 갈래로 갈리는데 왼쪽길은 용담폭포를 지나 망 덕봉을 거
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정낭골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인데 우
리는 오른쪽을 택하여 본격적인 산행길로 들어선다.
∇ 저 멀리 봉우리 넘어가 정상으로 가는 길인데...
올라가기가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비탈길이라... 조금은 힘이 들겠지만... 그래도 접근해 보는 수 밖에..
∇ 실제 해보니 오를 만 하다.
보기와는 달리 계단길이 잘 조성 되어 있고 육산길도 있다.
세상사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나 하나 헤쳐 나가다 보면 꼬였던 일도 슬슬 풀릴
때가 있듯이...
우리는 안다. 이제껏 그러면서 살아왔음을... 그 속에 기쁨이 있고 인생의 참 멋이
숨겨져 있음을...
∇ 계절이 변함에 따라 자연이 풍기는 정취와 색이 조용히 바뀌고 있다.
맛과 냄새까지도, 은은하고... 포근하게... 푸근하지요? 누워 볼까나?...
푹신한 카펫위로 내뒹굴고픈 유혹을 억지로 참아 본다.
∇ 왜 그리들 자주 멈추고 쉬어들 가는지...
그러나 이 고운 산에 아무도 찾는 이가 없다면... 조금은 심심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찾아 주니 산이 생기를 찾고 계절도 더욱 깊어가는 모양이다.
∇ 한껏 폼 잡는 이 친구... 디게 느려요...
힘들지만 낑낑 대며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나마 아름답다(?)
해야 될까요... 아~ 쭈!!!...
'라이방' 낀다고 누구나 다 '알랭들롱'이라도 된다는 건가?...ㅎ
∇ 12시 15분
힘들게 오른 금수산 정상은 비좁은 암봉으로 되어 있어 나무 테크로 자리를 만들
어 놓았다.
1,016m 라고 씌여진 금수산 표지석 옆에 잠시 설 수 있다는 것도 , 장장 2시간 30
여분을 땀흘려 올라오지 않았으면 맛볼 수 없는 풍경이다.
∇ 정상에서 주변을 조망한다.
남으로는 월악산이, 북으로는 제천시가, 동으로는 소백산 연릉이 아스라히 눈에
들어 오고, 서쪽 발아래로는 충주호를 따라 상천리 백운동 계곡과 능강리 능강계
곡이 펼쳐져 있어, 산과 호수가 조화를 이뤄 사방 어디를 둘러 봐도 한눈 팔데가
없는 아름다운 산이다.
∇「전임 여주군 지적인 땅꾼들 회장 고 신정우 형 신위」
49제 추모행사를 가집니다.
정성스레 준비해온 제물 앞에서 엄숙히 절을 하지요. 정구준 형이 추모사를 읽습
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맞닥드릴 수 뿐이 없는 것
이 있습니다. 원하지 않더라도 잠시도 쉬임 없이 다가오는 것이 있습니다.
뚜벅 뚜벅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누구에게나 매 순간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것이지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맞닥드릴 수 뿐이 없는 것이라면, 어차피 겪어야 할 것이
라면, 두려워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겠지요. 두려워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이제 하산길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능선길 저 끝이 '망덕봉'이지요.
가자!!... 어서, 어서 가자꾸나... 형이 원하는게 그거 아니겠소?
그리움을 떨치고픈 독백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잊혀 지고 어느 순간 평상의 굴레로 다시 돌아오겠지만...
죽음과 삶에 대한 여러가지 상념이 오갔습니다.
허망함, 야속함, 황당함, 슬픔, 아쉬움, 덧없슴... 그리고 간혹 흐르는 눈물을 훔치
며 죽음과 삶에 대해 한 순간 진지해 지기도 했습니다.
▽ 목계단과 철계단이 번갈아 놓여진 하산길은 대체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초보
산행자에게는 다소 주의를 요하는 구간입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계단길을 내려오는 대원들... 꿋꿋하지 않은가? 한 발,
한 발, 내딪는 모습이... 마음속으로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13시 30분 안부삼거리를 지나 아늑한 공간에서 점심시간...
비록 간단한 컵라면이지만 여럿이 둘러 앉아 즐기는 만찬은 어찌 보면 산행중 가
장 즐거운 시간이 아닐까~!?
인정을 나누면서 산행중 뒷 꽁무니만 쫓던 시선을 그제서야 서로의 눈빛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니깐...
▽ 소진된 에너지와 기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한다.
누가 누가, 더 구여운 표정을 짓는가?? 등반의 대가 다운 면모가 물씬 풍긴다.
금년 대야산 종주와 가을 설악산 종주에서 그 무언가를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 망덕봉 산허리를 감아 돌아 용담폭포로 내려오는 산길은 쏟아질 것 같은 내리막
길로 제법 릿지의 구간과 수북히 쌓인 낙엽을 헤집고 지나야 하므로, 자칫 미끄러
지면 큰 부상을 불러 올수 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갑니다.
▽ 하지만, 능선 아래로 펼쳐지는 충주호와 단양팔경을 안고 있는 금수산의 경치는
무어라 형언해야 될는지...
독수리 바위를 조망하면서 굽이 굽이 흐르는 청풍호반의 물길이 아름답고 저 멀리
월악산과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가슴속에 맺혀온다.
▽ 이제 방향을 틀어 계곡길로 접어 드니, 더 이상의 오르막이 없는 하산길로 극심
한 몸고생은 피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합니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자 고도는 점점 낮아지고 곧이어 눈 앞에 계곡물이 흐르
는 용담폭포에 닿는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5m 깊이의 소(沼)에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용담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 어느덧 산행길도 거의 끝나가고...
잠시 선 채로 쉬기도 하면서 정상을 조망해 봅니다.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을까? 지나온 길...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
▽ 삶은 소리 없이 이어집니다.
세상은 그 흔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자기 갈 길을
가지요... 그 속에서 삶을 살아내는 것은 남겨진 우리들의 몫입니다.
서운함도 한 때요... 가끔 그리움에 잠길 때도 있겠지만... 그런게 인생인 걸요...
▽ 햇살 가득 머금은 청풍호반의 푸른 물결이 손에 잡힐 듯 합니다.
그래... 구름 뒤에 숨었나? 강물 아래 잠시 몸을 감추고 있나?
허공에서 형을 보네... 하늘에서 형의 모습을 그리네...
자유롭게 나래 펴고... 해맑은 웃음 잃지 마시게...
산행종료 오후 15시 50분
산행을 마치고, 여주로 오는 차창밖으로
언뜻 스쳐 지나가는 풍경...
차가운 강바람에
낙엽 한잎이
바르르~ 뒹굴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어서 가벼운 뒤풀이 행사를 가졌지요.
2008. 12. 6. 무흔의 금수산 산행이야기 중에서...
추 모 사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동료이자
지적인의 리더인 신정우 형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지
어언 49일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살아야 할 날들이 많기만 한데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사랑하는 부인과 이제 막 피어나는 어린 자매를 남겨두고
저 머나먼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형의 해맑은 미소와 밝은 목소리가 이렇게 생생한데 말입니다.
여주군 땅꾼들이라는 이름으로 형과 함께 했던 산행은
생활의 활력소이자 지적인의 구심점이기도 했습니다.
제천의 제비봉, 문경의 대야산, 단양의 도락산
그리고 설악산 흘림골, 대청봉... 까지
산행 중에는 홀로 앞서 가기보다
늘 뒤에 처지는 동료들의 손을 잡아 끌어주곤 했습니다.
산행 중이나 뒤풀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형의 몫이었고
형 스스로가 술을 즐기면서도 건강을 위해서는
술을 줄이라고 잔소리를 하는 악역까지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지적인 가족의 가을나들이 계획을 접하고
가장 좋아한 사람도 바로 형이었는데
그 가을 산행이 형의 추모산행이 될줄
그 누가 어찌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이제 형은 먼저 떠나고 우리는 형의 보이지 않는 안내를 받으며
형이 걷던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 형과 함께 했던 지적행정 구현 및 많은 산을 오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적서고 곳곳에 형의 발자국과 형의 땀방울이 보이는 듯하고
산중에 불어오는 바람결에 형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형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 모퉁이만 지나가면 형이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저 하늘 높은 곳에 계실 그 분에게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형을 우리 곁에 돌려달라고 떼를 써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형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산을 더 다니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생각했고 지적인의 산행이 내내 계속되기를 바랬습니다.
형의 바램대로 우리 땅꾼들의 산행은 오래오래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는 산길을 걸으며 형에 대한 추억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이제 형을 멀리 떠나보내면서 먼 훗날 언제라도 다시 만나서
산길을 함께 걸을 수 있으리라는 바램도 가져봅니다.
형의 가슴 속에 숨겼던 아픔도 모두 털어버리고
형의 어깨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도 다 벗어버리고
형이 그렇게도 원하던 자유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활개치며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기를
우리 모두 두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정우 형, 부디 잘 가소서!!!
2008년 12월 6일
지적인들의 마음을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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