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濃霧)속의 계방산
- 지적인 가족 봄 나들이 -
□ 산 행 개 요
○ 산행일자 : 2009. 05. 23.(토)
○ 소 재 지 : 계방산(강원도 평창ㆍ홍천군 1,577M)
○ 산행코스 : 운두령-깔딱고개-정상-주목 군락지-옹달샘-이승복생가-주차장
○ 산행시간 : 10시 30분 ~ 16시 30분(6시간)
○ 동 행 : 19명(이원재, 홍은경, 이수찬, 정구준, 다영엄마, 이국헌, 이계황,
어성건, 어의준, 장한응, 장헤림, 장혜주, 박은미, 경규명,
이상호, 이동현, 양봉규, 엄태철, 이태우)
강원도 평창군과 홍천군 사이에 위치한 계방산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5번째로 높은 산으로, 산약초, 야생화 등이 많이 서식하고, 희귀수목인 주목·철쭉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이 잘 보호되어 있는 곳으로 산림청 선정 전국 100대 명산에 포함된다.
백두대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겨울철 설경이 백미이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고개 중 가장 높은 운두령이 있으며 내린천(內麟川)으로 흐르는 계방천의 발원지이다. 이 산은 위장병, 피부병에 특효라고 알려진 방아다리 약수가 있으며, 약초가 많기로 유명하여 산삼. 주치도 간혹 채취 되기도 하며, 인근의 반공소년 이승복 생가도 둘러 볼수가 있다.(참조 : 한국의 산하)
▽ 아침 8시 30분
언제나 처럼 보건소 주자창에 모여 인원을 파악후 계방산으로 출발~~~!!!
하늘은 구름이 잔뜩 내려 앉아 있고 비는 내릴 듯 내리지 않지만, 가족과 함께하
는 초행 산길인데다 일기까지 나쁘니 걱정이 앞선다.
▽ 속사 인터 체인지를 내려 운두령(雲頭嶺)으로 가는 고갯길 코너부분은, 버스 두
대가 교행이 불가능 할 정도로 꼬부랑 길이다. 그래도, 1시간 30분을 달려 구름
도 숨이 가빠서 쉬어 넘는다는 운두령 고갯마루 주차장에 도착~~~!!!
▽ ‘메밀꽃 필 무렵’의 봇짐을 멘 장돌뱅이들이 나귀를 끌며 넘나 들었든 운두령은
속사천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 해발 1,089m 위치하여, 계방산 정상까지는 표고차
가 488m에 불과하여 산님들이 이곳을 깃점으로 산행을 많이 한다고 한다.
▽ 가볍게 몸풀기를 하면서 등산로 초입에 서있는 안내도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오늘 오르게 될 산행길을 머리속으로 그려 본다.
▽ 10시 30분
꾸므럭 거리던 날씨는 기어이 한바탕 눈비를 몰아올 태세지만, 마음속으로 이 길
을 가시는 모든 산님들이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정상을 향하여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 계단을 오르고 나서 부터 숲 속은 예사롭지 않다. 이름모를 들꽃들이 여기저기
에 피어 올라 있고, 숲 길의 좌우엔 무슨 나무인지 어디서 많이도 본 것인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난 정말 산을 다녀도 날탕이다.
▽ 북동쪽으로 능선을 따라 이십여분을 힘들게 오르니 안개구름이 엄습하여 시야
를 가리어 오고, 이마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솟아날 무렵 첫번째 이정표가 보인다.
▽ 이어 완경사 푹신한 육산의 능선길을 지나니 '계방산 깔딱고개'로 불리는 된비
알 경사면이 우리를 맞이한다. 지금부터 정상까지 인내와 지구력을 요하는 구간
이라고 생각하니 또 다시 가쁜 숨소리에 호흡이 거칠어 짐을 느낀다.
▽ 목젖까지 차오르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30분정도의 급경사길을 올라서서, 한
잔의 음료로 갈증을 적시며 자연에 감사해 합니다. 매번 산행에서 느끼는 것은
고통 뒤에는 반드시 쾌감이 온다는 사실이다.
∇ 산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농무(濃霧)속에 가는 빗발이 떨어지고, 뿌연 운무를 안
고 몰 려오는 바람결에 온몸이 서늘함을 느낀다. 안개속에 전망이 잠시 트였다가
다시 사라지곤 한다. 여적지 산행중에 최악의 날씨다.
▽ 12시 50분
일진은 벌써 앞서 갔으나 우리들은 주력에 목적을 두지 않고 세월라 네월라 하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20여분만에 정상에 오를수 있었다.
▽ 계방산은 남한에서 5번째 높은산 이지만 정상은 너무 보잘 것이 없다. 조그만 표
지석과 돌무덤을 쌓아 놓은 것이 정상임을 알려줄 뿐이였다.
∇ 여기는 백두대간의 실한 등줄기를 한눈에 볼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날씨가
좋다면 설악산, 오대산 노인봉, 대관령도 보이고, 또 주변 산들의 야생화가 절정
일텐데 운무가 짙게 끼어 주변 경관을 볼수가 없어 매우 서운하였다.
▽ 뿌연 시야속에서 정상확인 증명 사진을 찍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정상 인근
의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정상주와 더불어 김밥등으로 간단한 점심을 대신합
니다. 앞서간 10여명은 운무와 거센 비바람에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어 먼저 하
산을 하였다고 한다.
∇ 산행중에 앞선 사람과 뒤 따른 사람들이 정상에서 자연스레 한 무리가 되어 삼
삼오오 정담을 나누는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어야 했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서
둘러 자리를 털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 하산은 남릉을 타고 계방산 쉼터 앞 아랫삼거리로 내려올 계획이었는데, 앞선
선두가 내려간 하산길을 따라가다 보니, 북동릉을 타고 노동계곡을 거쳐 이승복
생가 골짜기로 내려오게 되었다.
∇ 수목이 울창하고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20여분을 내려서니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삼거리 주목군락지에 들어선다. 수령을 가늠 할수 없는 나무들이
우리들의 모델이 되어준다.
∇ 인간의 삶에 이웃을 인지하며 살아가는 날이 수십년인 것을, 영원히 살 것처럼
제각각 잘난 맛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아닌가? 이 아름드리 나무에서 고쳐
지지 않을 훈계를 들으며 내려 갑니다.
∇ 삼거리에서 오른쪽 노동계곡 방향으로 접어 들어 능선을 넘으니 계속 내리막으
로 이어지는 된비알길은 비속에 촉촉하게 젖어 있어 몹시 미끄러웠으며, 불어난
계곡물을 여러번 버벅대며 건너야만 하였다.
∇ 16시 20분
쭉쭉 뻗은 전나무 숲과 낙엽송 숲을 지나 진흙밭 너덜길을 하염없이 내려오니 어
느덧 계곡의 끝자락, 하산을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났다.
∇ 이곳을 벗어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절규 아래 숨져간 이승복 어린이의
생가터를 구경하며 냉전시대의 아픔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게 되었고..
∇ 이어, 송어회와 하산주를 겸한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의
산행 을 마무리 하였다.
비록 비바람과 운무속에 시계가 불량하였지만, 오늘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의 정상을 밟았으니 일취월장이요... 부드러운 육산에다 산행코스가 그리 힘
들지 않았고 야생화와 수림이 우거진 산길은 이색적인 맛을 느낄수 있는 멋진
산행 이었다.
살아가면서 인생에는
수많은 갈피들이 있습니다.
인생의 한 순간이 접히는
그 갈피 사이 사이를
사람들은 세월이라 말하지요.
우리 인생의 한 갈피를
서로 보듬어 주는
지적인(地籍人) 가족들이
이렇듯 행복하고도 가슴 벅찬
봄나들이를
무사히 마쳐습니다.
오늘의 산행을
마련해 주시고 애쓰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은 슬픈날 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짱!!
잘 가세요!!
당신은!!
정말로!!
큰 사람이었습니다.!!
사랑 합니다!!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하고 패가망신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당했습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권력에 줄을서서
손바닥을 비비며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짖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서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값을 하고 살았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생에 남겨주었던 제 각오는 야 이놈아 모난돌이 정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소침하게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른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르침이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고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던 우리의 이역사 이역사를 청산해야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젠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낼 수 있습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정의를 말함에 떳떳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를 소망합니다.
더이상 불의가 이땅을 통치하는 것을 막기위해 우리의 이 작은 시작이 그런 떳떳한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되기를, 비록 그렇게 가는 길이 힘이 들더라도 반.듯.이 그렇게 되어 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삶의 바퀴가 끝나 없어져도, 나 이 세상살며 부끄럽지 않았노라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ㅡ02年 대선출마 연설中ㅡ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9. 5. 23. 무흔의 계방산 산행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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