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있는 친구에게서 가끔 전화가 옵니다.
"어찌 사냐?" 하면서 이런 저런 근황을 물어 오고
자기 근황도 이야기해 주는 그런 친구지요
근데 이 친구는 꼭 술을 먹다가 전화를 하는데...
어디냐고 물으면 "응 곱창구이 한 접시 하고 있어" 라고 말합니다.
"또 곱창이냐? 이젠 메뉴를 좀 바꿔라" 라며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실은 그 쫀득쫀득 씹히는 맛...
만큼이나 곱창이 주는 느낌은 정겹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무심코 듣다가
어느날 부터 나도 그 곱창구이가 먹고 싶다는
충동이 많이 일더군요
과거 포장마차 연탄불에 구어 먹기도 하고
시장통 좌판에 앉아 철판에 고추장 범벅하여
지글지글 굽던 그런 곱창 말입니다.
곱창구이 하면 많은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나역시 곱창을 생각하면 많은 추억이 떠오릅니다.
뭐 추억이라 할 것까지는 없지만
곱창의 그 비릿한 내음만큼이나
비루했던 그 시절 그 때의 기억 말입니다.
방황하고 애절했던 그때 한 시절엔
곱창에 소주가 더 없는 위안이기도 했었지요
요사이 "어디 그런 곱창집이 없나...?" 하며
두리번 거려 봐도 쉽게 찾아 지지 않다가
내가 사는 동네 한군데에 곱창 전문집이 생겼습니다.
내가 찾던, 다소는 비위생적이고, 비정갈하며...
연탄 냄새와 시큼한 고추장으로 버무린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하며 기끔 애용을 하곤 하지요
친구처럼 혼자서 먹기는 거시기하여
가끔은 우리 불량소녀를 불러 내기도 하고
동네 아저씨들과 함께 어울리곤 합니다.
엊그제...
감기로 고생하던 아들녀석이 밥맛이 없다고 칭얼거리기에
외식도 할 겸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래 뭘 먹고 싶냐? 뭘 사줄까?" 했더니
불쑥 곱창구이가 먹고싶다는 겁니다.
요근래 아빠가 자주 먹는 그 곱창구이가
자기딴에는 아주 별미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의외 였는지라...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고 불에 굽다 보면 보기가 좀 거슥하고
고추장에 버무리고해서 맵고 할텐데 먹을 수 있겠어?" 했더니
암말 말고 함 가보자 합니다.
그래서 고등학생 아들을 가운데 두고
그녀와 나는 곱창을 굽고 먹고 또 소주를 곁들였습니다.
녀석은 처음 먹어 보는 곱창이였지만
이내 맛에 적응이 되어 아주 냠냠 거리며 잘먹더군요
곱창에 있어서 만큼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습니다.
녀석도 하도 잘먹는지라 이왕이면 소주도 한잔 할테냐 하니
감기 때문에 지금은 안 먹겠다고 천연덕스럽게 받아칩니다.
자리를 파하고 일어서니 거나하게 술이 취해왔습니다.
밤 바람은 시원하고 유난히 별이 총총거렸습니다.
나보다 훨씬 커버린 녀석을 앞에 두고 걷다 보니
참 세월 많이 흘렀구나 란 생각이 새삼들더군요
어쩌면 아들녀석도
꼼장어에 얽힌 추억 하나를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의 나와는 달리
꼼장어와의 첫 경험이 녀석에서는
한 자락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기를 바랬습니다.
화창한 신록의 계절에 꼼장어 한 접시 어떠세요?
꼼장어를 먹는 즐거움, 이거 만만치 않습니다.
잊고 지냈던 추억이나 기억이 새삼스러워집니다.
더러는 눈앞이 흐려지기도 할테지만요...
- 남한강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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