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구곡이 어우러진 도명산(道明山)에 오르다(3)...!!!
화양구곡이 어우러진 도명산(道明山)에 오르다(3)...!!!
▽ 13시 40분...하산을 시작했다.
급경사가 이어지는 바위틈을 비집고 철계단과 나무계단을 지나가면 공림사와 학
소대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산행 길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여
기서 우측으로 가면은 낙영산과 연계하여 산행할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 계속 학소대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높이 약 30m의 암벽에 새겨진 마애삼존
불을 만나게 되는데, 고려 초기에 유행하였던 선각마애불상(線刻磨崖佛像)과 같
은 경향을 보여 준다고 한다. 특히 불상 바위 아래에서 솟는 석간수 맛이 기가막
히다는데, 부처님 발밑에서 나는 샘물이라 각별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을 하면서
도 막상 물을 떠 먹기에는 많은 올챙이들 때문에 조금...
▽ 이 높은 곳에 석불을 조각하게 된 절실한 소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마애불을
돌아 나오면, 연이은 너덜 지대와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도 제법 까칠
하여 조심해야 한다. 흐르는 땀 방울을 손등으로 닦으며 참나무 군락지를 따라 발
길을 재촉하면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지류를 만난다.
▽ 14시 40분...
우거진 숲길을 지나 어느덧 산행의 낱머리 학소대를 형성하는 화양계곡과 조우하
면, 붉은색 반아치형 구름다리가 화양계곡을 가로 질러 무지개 처럼 떠 있고 햇살
에 부서지는 계곡의 풍경을 바라 보면서 실질적인 산행은 여기서 마친다.
▽ 다리 아래 건너편 냇가에 기암절벽과 낙락장송이 세월의 풍상을 이겨내고 우뚝
서 있는 화양구곡중 제8곡 학소대(鶴巢臺)가 있다. 백학이 이곳에 집을 짓고 새끼
를 쳤다하여 학소대라 불리며 학소대교 앞에는 다음과 같은 시비가 서 있다.
그 시의 내용이 행인의 발길을 잡아 여기에 옮겨 적는다.
搞 心
太古의 神秘를 안고 / 季節따라 몸 단장하며
님 기다리는 道明山
나는 그녀가 뿜어주는 / 山香氣 개울바람 마시며
수정알 같은 냇물에 발 담고 서서 / 그의 님 기다린다
아 그러나 내마음 두렵구나 / 누가 이 길을 건너 갈까
저 청순한 여인의 품 같은 계곡속으로
행인아 고이 다녀오소 / 흰구름 산허리 스쳐가듯
봄향기 女人의 옷자락 스쳐가듯
경오년 여름 裕熙의 글을 未山 쓰다
▽ 여기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화양구곡 제9곡인 흰 바위가 티 없는 옥반과도 같아
신선들이 술잔을 나누었다는 파곶(巴串)으로 가는데, 마음이야 달려가 보고 싶지
만 땀에 젖어 질척거리는 몸의 열기를 식히고 싶어 계곡으로 발길이 향한다.
▽ “어~ 어~~ 풍덩!!!~~ 첨벙~ 첨벙...!!!~~ 으메~ 시원한 거~~!!!^^;*"
차가운 계곡물에 뛰어 들자 시원한 냉기가 온몸으로 스며 들어 산행의 피로를 가
뿐하게 씻어준다. 선녀의 계곡목욕이란게 이런 기분 아닐까? 비록 알몸은 아니였
으나 머리속까지 푹 빠질 수 있었던 알탕은 여름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 30여분의 물놀이를 즐기고 옷까지 갈아 입어 한결 산뜻해진 기분으로 계곡을 따
라 내려오다 보면, 나무숲길 아래 용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인 제7곡 와룡암(臥龍
巖)을 지나고, 도명산 기슭에 첩첩이 겹쳐 있는 바위 위에서 별을 관측했다는 제5
곡 첨성대(瞻星臺)가 보인다. 바위 아랫부분에 명나라 의종의 어필이 새겨져 있다
고 한다.
▽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산행을 하다 보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높이
솟은 바위가 구름을 찌른다는 제6곡 능운대(凌雲臺)를 지나, 오전에 산행을 시작
한 화양 3교로 이어지는 원점회귀를 하였다.
▽ 16시 10분... 여주로 출발...^^*
화양구곡의 멋진 절경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도명산을 찾아 여름산행이 주는 짙
푸른녹음의 청명함과 숲속에서 나오는 맑은 기운이 어우러 지는 풍요로운 힐링을
만끽하고, 현실로 돌아와 여주시 현암동 소재 동네막국수집에서 맛있는 막국수에
폭탄주 한방을 끝으로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
노론(老論)의 거두요 북벌(北伐)의 입안자(立案者)로 주자(朱子)의 반열에 오른 대학자
조선왕조실록에 3,000번이나 이름이 등장할 정도로 조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사약(死藥) 앞에서 구차스러이 83세의 목숨을 구걸한 잔인한 비겁장이...
화양구곡(華陽九谷)은 우암의 이러한 상반된 이미지가
바위 구석구석 각인된 수려한 계곡이다.
계곡이 눈이 시리도록 무척이나 하얗다.
평소 속살이 백옥(白玉) 같다고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여인네들
세족(洗足) 한다고 함부로 치마 걷어 올리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화양구곡 하얀 바위에 그 빛이 바랜다.
이렇듯 유난히도 하얀 계곡을 품고 있는 산이 도명산(道明山)이다.
우암이 만년에 울분을 삭이며 칩거했다는 암서재(巖棲齋), 그 위치가 절묘하다.
암반 위 노송 전면의 화양4곡인 금사담(金砂潭)...
과연 늙은 우암이 눈앞의 명리(名利)가 아쉬워 사약을 거부했을까? 아닐 것이다.
암서재 앞 하이얀 바위에 쏟아지는 한 밤의 달빛이 아쉬워 차마 죽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君子 可以寓意於物, 而不可以留意於物(군자 가이우의어물, 이부가이류의어물)
그래도 그렇지, 군자라면 사물에 뜻을 잠시 붙일 뿐이지
어찌 자기 뜻을 영구히 사물에 머무르게 하려 하는가?
차가운 화양계류는 우암의 허망한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침없는 물줄기는 너른바위에 부닥치며 한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갈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