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
지난 주말...
봄 바람 때문에 집을 나선 건 아니었습니다.
딸아이는 아르바이트 한다며 아침일찍 집을 나갔고
아들은 어제밤 칭구들과 야간스키장에 가서 집에 없고...
"맨날 혼자만 구경 다니지 말구 이런날 나두 좀 데리구 어디 나가봐..."
아침부터 그녀의 강요가 시작됐습니다.
"아~ 니!!! 별안간 어딜 가자는 겨..."
"남의 집 서방들은 주말이면 가족들 데리구 잘만 돌아 다니는 구먼...
이집 구석은 어떻게 된 것이 마실 중만 알지, 지 마누라 데리구 어딜 다닐줄은 모르니..."
그녀의 볼 맨 소리가 집안 가득 합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를 차에 태우고 양평쪽으로 향했습니다.
딱히 갈만한 곳도 없었을 뿐 아니라 가끔 드라이브를 했던 길이기에
낮이 익어 택한 곳이였습니다.
양평에서 팔당호를 끼고 강변을 한 바퀴 도는데..
말없이 물안개가 자욱히 낀 호수를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습니다.
"정말 근사하구먼, 한 폭의 초상화네 그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습니다.
"잠자코 구경이나 혀, 이상한 말 허지 말구..."
작년 가을 인가?
양평 청운면에서 강원도 횡성으로 가는 길에
순두부로 유명한 음식점에 들러
한 그릇씩 뚝!~ 딱! 하고 집으로 오면서
인절미를 파는 길거리 장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큰 통에 찹쌀을 쪄 절구통에 담고
떡메로 힘껏 내리 쳐, 접시로 대충 쓸어 낸 다음
바탕에 콩가루로 버무린, 쌀 알갱이가 드문, 드~문 씹히는
그 떡을 한번 맛 본 후
울 집 두 모녀가 잊지 못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몇번 갔었지만
뜨내기 장사꾼을 만나지 못해
매번 불쌍한 옥수수만 작살을 내고 말았는데...
오늘도 순두부만 축내고 발걸음을 돌려습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면 밀릴 것 같아
서원면을 거쳐 폐쇄된 간현역을 지나
문막 입구를 들어 설 때 까지만 해도
나의 탁월한 선택에 거드름을 피웠지만...
막상 42번 국도에 들어서고 나니
“흐미...!!!” 두눈이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차들이 늘구 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해 지면서
옆에 앉은 그녀의 조잘거림도, 귀에는 하나도 들어 오질 않고
머리엔 스팀이 모락 모락... 으~~
아무리 성질을 죽이려 해도 입으로 막 나옵니다.
“아니, 아짐씨!!! 끼어 들려면...
최소한 깜박이는 켜야 될 꺼 아냐?”
“어~ 쭈구리! 젊은 너도 끼어 들어 보겠다고...” 등등
물경 3키로 되는 거리를
한시간 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 하고 난 후
진작 문막대교 지나, 대둔리 초입에서는 차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엉금, 엉금 기어가는 차들의 행렬을...
기다리다 보면, 목적지에 갈 수야 있겠지만
딸아이가 귀가하는 시간에 맞추어 되돌아 올
자신이 없었기에...
그래서, 곧장 집으로 가야되었지만...
그녀의 기분도 있고 해서
들린 곳이 여주에 있는 ‘이 마트’ 였습니다.
우선 차를 주차장에 파킹하고
잽싸게 백원짜리 동전을 챙겨, 카트를 몰고 매장으로...
필요한 주방세제랑 휴지를 골라 담고
식품코너로 가서
우선, 울 딸이 좋아하는 오렌지와 고구마를 고르고
그녀가 즐겨 먹는 견과류도 종류별로...
육류진열대 지나, 생선코너를 지나 칠때 였습니다.
덩치 좋은 아짐씨가 손 수레에 자반고등어를 가득 담고
홀로 서 있는데, 수레 위에 “제주산 자반고등어 한손에 2,150원!”이란
팻말이 떠~억?? 붙어 있는 겁니다.
제가 생선을 좋아하기에, 얼마전 동네 재래시장에서
한손에 사천원인가 오천원인가를 주고 산 기억이 가물 가물 해서리
그녀의 옆구리를 툭치며 물었습니다.
“저거 싼 거 아냐???” 라고
처음엔, 가격표를 보고 놀란 그녀는
어리 둥절하더니 “너~무, 싸다!” 를 연발하며
줄을 서는데, 초장이라 한 다섯명이 있었나???
조금을 기다린 후, 마침내 그녀의 차례가 되어
고등어 한손이 담긴 봉투를 받아 든 그녀...
보무도 당당하게 아줌마를 향해 외쳤습니다.
“하나, 더 주세요!!!”라고
근데, 갑자기 물건을 팔던 아짐씨
그녀의 명령에 따라 자반을 담을 생각은 않고
무뚝뚝한 눈빛을 보내면서 왼손으로 팻말을 가르키는데
두눈을 크게 뜨고 쳐다 본 그 곳엔...
“기획상품, 일인당 한개씩!!!” 이란 큰 글씨가...
할수 없이 포기하고, 장소를 옮기려는 데
“자반이 너~무 좋다!” 란 그녀의 안타까움에
내 마음이 아파...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내가 한개 더 살까???”
아무튼 이놈의 입이 방정입니다.
그녀 좋아라고, 아들 봄옷을 산다며 2층 옷매장으로 갔고
나 홀로 뒤돌아 서서, 다시 줄을 서는데
우~~ 와!!! 장난이 아닙니다.
입 소문이 금방 났는지...
아줌마 2,3십명이 줄을 지어 서 있는데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서 있었지만
분위기 파악을 하고 나니까?
환장 하것습니다.
덩치는 남산만한 놈이...
주먹만한 아짐씨들 사이에 쭈빗하게 끼어 서있으니
쪽 팔리다는 생각이 뇌리를 팍! 팍! 팍!!!
서서히 목 뒷덜미가 굳어져 가고...
동시에 눈동자는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겁니다.
좀 더 시간이 경과하자 검은 얼굴이 홍조를 띠면서
나도 모르게 두눈은 천정에 고정 되고
낯설은 부끄러움이 사나이 가슴에 몰려 드는데...
더구나 바로 앞에 서 있는 두 아짐씨가
힐~껏, 힐~~껏... 쳐다보고...
혹시 그녀라도 같이 있으면, 덜 쑥스러울 것 같아
아무리 찾아 봐도 보이지는 않고
“사람! 돌아가시 것슴다???...”
근데, 사람을 더 미치게 하는 일은?
아무리 기다려도, 앞줄이 조금도 줄어 들지가 않는다는 겁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물건 파는 아짐씨를 쳐다 보다
나! 뒤집어 지는지 알았습니다.
그 아줌마의 동작을 보면은
“초보인지 두손에 목장갑을 꼈는데
장갑 낀 두손으로 비닐을 뜯어, 손바닥으로 비벼
입구를 벌리고 난 후, 비닐을 뒤집어 자반 두손을 담아
봉투를 묶고, 다시 비닐을 뜯어, 입구를 벌려 담고, 다시 묶고
마지막으로 장갑낀 두손으로 가격표를 떼서
봉투 겉면에다 붙이는데
그놈의 가격표는, 왜 그렇게 안 떨어지는 거야???”
오죽하면 보고 있는 내가 답답해 뛰쳐 나가 맨손으로 해 주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느라, 꽉진 내 손에는 땀만...
나도 모르게 “우~~ C!!!” 라는 말이 내 입에서 막 나왔슴다.
그런 악몽 같은 기다림을 30분쯤 하고 난 후
마침내 내 차례가 되어 자반 한손이 든 봉투를 낚아 채고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차마 즐거워 하는 그녀에겐 말하진 않았지만
그넘의 2,150원 짜리 자반고등어 때문에
내 가슴 어디엔가?
숨어 있는 부끄러움을 다시 꺼내 보는 날!!!
그런날 이었습니다.
지난 주말은....
- 남한강에서... 땅꾼/두손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