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딸아이의 빈자리...

무흔세상 2012. 1. 10. 15:49

세상을 살다 보면은...

가끔씩 날벼락 같은 일을 겪게 됩니다.

지난해 12월 언제쯤 이었던가?

아마도 겨울 추위가 시작되던날 같습니다.

딸아이가 폭탄선언을 하였다.

글쎄... 집을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순간 추위가 싹 사라져 버렸다.


“아니 아직 입에서 젖 냄새가 나는

어린 애기가 집을 나간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그리고 며칠후 딸애는 정말 짐을 싸들고 나섰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바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야 만 것이었다.

게다가 어린 딸의 가출을 말려야 할

제 엄마까지 나서서 짐을 싸 주고

그야말로 난리 가관이었다.

나는 마치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처럼 멍하니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날 새벽 대학교 2학년인 딸애는

엄마, 아빠에게 그동안 실망만 시켜서

죄송하다는 편지를 써놓고

뒤도 안돌아 보고 집을 나가 버렸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딸애가 나가 버린 그날 밤, 빈방을 들여다 보면서도

내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한 동안은 집에 들어오면 혹시나 하면서

딸애의 방문을 열어보곤 했지만 그때마다 역시나였다.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달려와 반갑게 안아주던...

힘들고 지친 날이면 옆에 앉아 재잘대며 피로를 잊게 해 주던...

그 딸애가 그렇게 집을 나가진 벌써 2주가 지났다.

가끔씩 전화라도 해 보면 목소리가 너무 씩씩했다.

아빠, 엄마가 보고 싶다고...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해야 하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그래, 이건 배신이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딸애의 배신이 내게 준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 크다.

집을 떠나 버린 딸아이의 빈자리가 너무 넓다.

이제는 내가 단념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어떤 멀쩡한 놈을 데리고 와서는...

결혼을 하겠다고 하겠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 된다고, 아니면 그렇게 하라고?

어찌 됐든 언젠가는 결혼을 할거고...

그때에는 정말 신나게 짐을 싸들고

뒤도 안 보고 가버리겠지...

언젠가는 말이다.

그때에는 또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겨울방학을 맞아

어학연수 및 문화체험을 위하여

영국으로 잠시 떠나가 있는 것만도

이렇게 서운한데 말이다.

 

남한강에서... 땅꾼/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