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꽤나 오래전
그러니까 10여년전쯤...
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철이 없던 시절의 얘기입니다.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국경일날 결혼을 했다.」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는...
세상에 참 웃기는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결혼기념일을 확인해 보니
국경일은 아니지만 그게 바로 빼빼로데이인 11월 11일 이더군요
생각해 보니...
제가 세상에 참 웃기는 사람만도 못하더군요...^^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 빼빼로데이 날이
제가 21년전 결혼한 바로 그날입니다.
저도 어느 분의 부군처럼
결혼기념일에 왜 남자만 선물을 해야 하냐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겁 없는 말도 하곤 했지만...
철이 좀 들고 부터는 절대로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물론 생각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까 노코멘트이구요^^
우리집 11월은 가족과 관련된 행사가 유난히 많은 달입니다.
결혼 그리고 불량소녀와 고슴(딸내미) 그리고 제 생일까지 모두 11월이라
오래전 제가 철없던 시절에는「11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었습니다.
물론 철이 좀 들고부터는 절대 그런 말 안 하죠... ㅎㅎ
결혼기념일이라고
무슨 대단한 선물증정이나 기념행사를 가진 것은 아니고
그냥 가족과 함께 조용히 저녁 만찬을 하는 것으로 마쳐습니다.
다만, 평소에 잘 못하니까?^^
단 며칠만이라도 좀 신경써서 잘 해야지 하는 마음은 먹었습니다.
결혼생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다 포기(?)하고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따져본들, 토론해서 이겨 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기 까지는
어리석게도 꽤나 오랜 세월을 흘러보내야 했습니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형편없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리고 곧 다가올 결혼 30주년에는 뭘 할까?
결혼 50주년에는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