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한창때인 학창시절엔
머리숱이 제법 많은 편이어서
이발소에 가지 않고 숱치는 가위를 구입하여
집에서 머리숱을 침으로 해서
이발소를 대신하곤 했지요.
그때는 긴 머리 스타일이 유행이라
집에서 대충 숱만 쳐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었나 봅니다.
요즈음 게을러 빠지기도 했지만
쳐내야 할 숱도 도통 없으니
하는 수없이 꼬박 꼬박 이발소에 갑니다.
불루 클럽(Blue club)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웬만한 동네라면 어디든지 불루 클럽이 자리하고 있지요
최대 장점은 이발시간이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
머리 감기는 손수해야 하지만 이발료가 무척 싸다는 것, 육천원(천원 올라서...)
그리고 10번 오면 다음 한 번은 공짜~!
단점도 물론 있지요.
싼 게 비지떡이라고... 소위 태가 나질 않습니다.
쥐파먹은 듯 삐뚤 빼뚤... 좌우 균형도 맞지 않고...
얼마전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인근 상가에
새로 개업한 미용실이 눈에 뜨이더라고요
요금을 힐끗 보니 무려 이만원~!
첨에는 높디 높은 문턱으로 여겨졌지요.
그러다가 큰 맘 먹고 지난 주말
그 미용실엘 한번 가 보았습니다.
규모도 꽤 있더라고요... 대충 보아도 미용의자가 열개도 넘고
카운터에서 접수받는 분 따로...
안내해서 의자에 앉히고 까운 입혀주는 분 따로...
머리 다듬는 분 따로(가위 잡은 이 분이 메인 미용사?)
머리 감아주는 분 따로... (그냥 앉은 자리에서 머리를 감겨주더라고요...ㅎ)
게다가 모두들 아리따운 아가씨들로만?...ㅋㅋ
모든 과정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머리 말리고 드라이까지 해주는데
거울 앞을 보니 어느덧 멋진 신사 양반으로???(ㅎㅎ... 이 말은 취소~!)
회원에 가입하고 카드로 결재하니 20프로 할인되어 16,000원...
비록 이발소보단 만원이나 비싸지만, 담에도 또 갈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자본주의는 본래 '차이'를 소비한다고 하는데...
서비스의 차이가 만원의 가치를 훌쩍 뛰어 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메인 미용사가 다음에 자기한테 사전예약해 달라며
출입구에서 배웅하며 명함을 건네줍니다.
연말쯤 될라나요, 미용실 두번 째로 다시 갈 날이...
찬공기가 아침을 가릅니다.
제방에 오시는 울님들 건강조심하시고...
이 가을 알알이 좋은 열매 가득히 맺으시고 행복하세요
미용실 명함을 만지작 거리며...
- 무 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