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들의 축제...
날씨가 여름답지 않게... 시원합니다.
낮잠이 자고 싶어 큰 댓자로 거실에 벌렁 누웠습니다.
열어젖혀진 창문을 통해 솔솔 불어오는 바람결이
온몸 구석 구석에서 느껴집니다.
스르르 곧 잠이 들 것만 같습니다.
헌데...
좀체로 잠에 빠져 들지 못합니다.
딱 한 숨만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겠는데...ㅎ
알고보니 옥타브높은 요란한 소리때문입니다.
맴, 맴, 맴~... 맴~~~~~~~~
창밖 온 숲이 매미소리로 시끄럽고 소란스럽습니다.
나무 등걸 적당한 높이에 몸 붙이고서
목청을 가다듬으며 소리를 내고 있지요.
'매미가 운다'고들 하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매미는 우는게 아니라, '부르는' 것입니다.
수컷이 암컷을 부른다는 것이지요.
수컷 매미에게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짧게는 5, 6년...
길게는 십수년에 걸친 땅 속 에벌레 생활을 청산한 후
바깥세상으로 나온 성충 매미에게
종족보존을 위한 짝짓기 가능시간은 딱 일주일 정도
어스름한 저녁부터 밤사이에 땅 속에서 기어나와
날개달고 나무등걸을 오른 뒤 일주일가량 지나면
저 세상으로 가야한다고 하네요.
따라서 매미의 울음은 선택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여...
그 울음소리는 저마다의 개성이 채색된
온 염원과 정성이 담긴 장엄한 소리입니다.
심심해서 부르는 노래 소리가 아니라
자기의 씨를 이 세상에 남겨 놓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절규의 소리인지도 모릅니다.
가만 들어보세요...
고음으로 길게 뽑아 제끼는 녀석,
소리만 크게 냅다 지르는 녀석,
높은 고음을 작게 냈다가 긴 고음을 반복해서 내는 녀석,
기운이 빠졌는지... 소리가 나는둥 마는둥 하는 녀석,
옆에 놈이 울면 덩달아 따라 우는 녀석
.............................
모르긴해도 제일 신이 나는건 아무래도 암컷들이겠지요.
조용히 듣고만 있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놈?을 골라잡기만 하면 되니까...
선택받고자 하는 자의 본능적인 몸부림과
느긋이 심사하는 자의 여유로움이
여름날의 온 숲을 덮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짝짓기 하느라 분주한 소리도 들리는 듯 합니다.ㅋ
습기 많은 한여름 숲이 새 생명의 탄생지로 탈바꿈하는 순간입니다.
긴긴 세월 땅 속에서 면박수도한 보람을 찾는 시간이기도 하구요.
갑자기 낮잠이 확~!하고 달아납니다.
매미의 짝짓기 훼스티발에 옵저버로 참가신청하면
반겨줄는지, 어떨는지???
목청 나쁘다고 아깝게 탈락한 친구들도 꽤 있을텐데
이 친구들을 위한 노래강습소 하나 차려볼까 합니다.ㅎ
어쩐지 매미의 삶이 불쌍해 보이지요?
혹, 어린 조카들이 매미잡아달라 하면
일부러 헛발질, 아니, 헛손질하세요~~
물론 순발력이 떨어져 잡지도 못하는 분은 빼고.ㅎ
특히 쌍매미는 그냥 지나치셔야 합니다.
무흔/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