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처구니 없는 뉴스가 다 있네...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봄의 풍경은
꽃잎 떨치고 돋아나는 벚나무 새순처럼 경이 그 자체...
지난 겨울 그 혹독했던 추위도 시간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어서
멀리 보이는 설봉산 허리참에도 벌써 무채색의 칙칙함을 벗고
신선한 초록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먹은 냉이국의 향기처럼 세상의 풍경에 생기가 퍼져가는 계절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도 새로운 활력소와 넘치는 새봄의 기로 충만하길 빕니다.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 벽에 걸린 커다란 테레비에서
24시간 뉴스만 전문으로 내보내는 방송의 정오뉴스가 막 시작되고 있는데
왁자지껄 한꺼번에 밀려든 사람들의 소음에 묻혀 뉴스 진행자의 말은 들리지 않고
화면 아래 깔린 자막에 또렷한 글씨체로 쓰인 자막 한 줄...
"마늘밭에서 나온 도박자금 합해서 110억 원..."
함께 밥을 먹는 모두의 시선에서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밥상에 놓인 밥반찬보다 더 훌륭한 요깃거리를 제공 받은 느낌입니다.
대부분이 가난한 서민들의 상상 속에서도 만져보기 힘든 돈 110억원... 에휴...
도대체 그들은 어쩌자고 그리 큰돈을 저리 어슬프게 관리 했을까?
그리고 또 이 세상엔 저런 눈 먼 돈들이 얼마나 차고 넘치기에
한낱 촌구석 마늘밭에서 누런 황금색 돈 뭉터기가 포크레인 삽날에 들려 나올까?
저놈의 돈때문에 그래도 한때 단란했었을
처남 매부지간 가족관계가 작살났을 거며...
저 돈보다 훨씬 더 큰 돈을 떠어 먹힌 도박 중독자들의 삶은...
또 얼마나 풍지박산 났을까?
돈뭉치가 포크레인 삽날에 들려 나오기 전까지
이 나라에 법은 도대체 뭘하고 있었고...
저 돈 숨겨놨던 형제들...
각기 상대적으로 짧기만 한 감옥 살고 나오기만 하면 평생 떵떵거렸을 텐데
하이고 답답한 매형의 알리바이 맹그는 수작에 일장춘몽 됐을 거라느니 뭐니...
하필이면 고된 노동을 마치고 밥먹는 식탁의 화제는
단연 110억원 돈 묻힌 마늘밭 마늘밭...ㅉ
개미같이 열심히 일해서
처자식 밥벌이며 뛰는 물가 벅찬 학비에 허리 휘는 세상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다른 한편의 세상은...
참으로 어슬프고 황당 그 자체입니다.
110억원 짜리 반찬으로 배를 채훈 후
이쑤시게 입에 물고 식당문을 나서는데...
식당 밖에선 밥먹고 나오는 이들에게 저축상품 홍보하러 나온
은행원들이 한없이 여유롭네요
연리 5.1% 복리 상품이 어떻고 저떻고...
손에 쥐어주는 전단지에 적인 글귀보다
직전까지 밥먹으며 봤던 마늘밭의 잔상이 겹쳐지며
갑자기 허기진 이 마냥 허탈해는데...
누군가 은행원에게 건네는 속없는 말이 귀에 들어옵니다.
아저씨... 나는 110억원 생기면...
마늘밭 대신 은행에 맡길거니 그때 보십시당~
그나저나 내도 어디 새파랗게 싹 돋는 마늘밭이나 하나 구하러 가볼까나...
삽날 큼직한 포크레인 기사 대동하고서리...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