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우리집 거실의 부엌 형광등과 식탁의 전등은 요즘 불이 같이 들어온다.
스위치가 분리되어 따로 놀아야 하는데
둘이 붙어버려서 하나만 켤수가 없게 되어 버렸기 대문이다.
그거 내 작품이다.
스위치 카바가 떨어져 버렸는데 그걸 고쳐 준다고 큰소리를 치고
순간접착제를 사 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스위치 두개가 붙어버렸다.
붙어버렸던 내 손가락들은 다행히 떼어졌는데
도대체 붙어버린 스위치 두놈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전생에 연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히 카바는 붙여지긴 했다.
스위치 켤때마다 우리집 그분에게 욕은 먹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말이다.
난 무지하게 대견하다 그걸 볼때마다...
몇칠전 티비를 보니 연예인들이 주욱 나와서
그야말로 하찮은 얘기들을 하면서 낄낄거리는데....
한 여인의 어머니가 비염약과 순간접착제약을 혼동하여
순간접착제를 코에다 짜 넣었다나?
그게 목으로 들어갔다면 대책이 없는 상황이 되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히 목숨을 건졌는데
그 상황에서 감사 기도를 드렸다나
순간접착제가 목에 들어가게 흡하고 숨을 쉬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나도 저렇게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야 될 것 같다.^^
우리집 그분이 잠든 담에 침대로 들어가려고
천천히 방에 입장하니
이분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이불 이불~~... 두벌 이불위에 하나를 더 덮으라신다.
도대체 한시간을 나를 불렀는데 왜 안 오냐는거다.
체했는지 온몸이 춥고 떨려서 운신을 못하시겠단다.
약을 대령하라시는데
냉장고를 뒤져보니 보이는거라곤 한참전에 사 놓은 위장약이 한박스 있는데
유효기간이 이미 6개월이 지났으니 어쩐다.
원래 유효기간은 별로 상관없다고 주장하시던 이분이 그냥 빨리 달라고 하신다.
글쎄 유효기간이 지나서 좀 찜찜하긴 하지만
한개도 못 먹고 버리려던 약을 두개나 쓰게 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게 정상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히 본인이 달라고 했으니 뭘...
좀 나아지셨는지 이불속에서 일갈하시는 그분
유효기간 지난거나 주는 잉간이 남편 맞아?
어째 더 아픈거 같아...
우리집 그분 멀쩡하게 살아있다.
유효기간 지난 약 쓸 수 있다면 평생 약국 갈 일 없을거 같은데..
근데 난 유효기간이 지나진 않았나?